[View] 개발자의 생산성 측정하기
개발자의 생산성을 측정하기 위한 노력은 소프트웨어 공학에서 오랫동안 해결하고 싶어하는 주제였다 [1]. 학계에서 만들어내고 측정이 고도화 되고 있는 성과와는 별개로 스타트업 현장에서는 개발자의 생산성을 너무 낮게 평가하거나(e.g 개발자들은 연봉만 비싸고 막상 뭐하는지는 모르겠다), 잘못된 방향으로 측정하려고 노력하려는 경영진을 설득하려는 개발자의 하소연을 듣기도 한다. 개발자의 생산성을 평가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생각해보기 위해 머리를 잘라주시는 미용사의 생산성과 비교하면서 생각해봤다.
개발자는 돈 먹는 하마 아닌가 |
미용사의 생산성과 작업효율은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조금 쉽게 생각해보면 매출이나, 담당 디자이너에 대한 리뷰, 재방문율과 같은 널리 알려진 경영 측정 도구로 평가해볼 수 있겠다. 만약 누군가가 미용사의 생산성을 "자른 머리카락의 양"이나, "분당 가위질의 횟수" 따위로 측정하겠다고 하면 말도 안되는 소리일 것 같다. 머리카락을 많이 자른다고 잘 자르는 것도 아니고, 분당 가위질을 많이 한다고 유효한 가위질인지 헛손질인지 지표는 담을 수 없다는걸 쉽게 알 수 있다.
다만, 소프트웨어 업게에서 생산성을 수치화 하려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LOC, 커밋 횟수 따위가 등장하는걸로 보아, 우리 업계가 생산성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설득할만한 좋은 지표를 많이 만들어서 보급하는데 실패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심지어 실력 좋은 프로그래머, 코딩 잘하는 프로그래머에 대한 인식도 까다롭다. 오로지 같은 직군 내의 동료평가로만 이뤄지며 (프로그래머가 아닌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생김) 그 잘한다의 기준이 일을 잘하는 것과는 다소 기준이 다를 수 있는데, 프로그래머들은 이 '실력 좋은' 프로그래머와 함께 일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미용사에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업계에서 최고의 솜씨로 평가 받는 미용사의 실력은 나 같이 미감이 뛰어나지 않으면 체감하기 쉽지 않다. (예외).
물론 한 번에 체감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
심지어 어떻게 해드릴까요? 미용실에서 항상 듣는 첫 질문에 이런 저런 나의 주장이나 의견을 피력해보면 일단 그렇게는 할 수 없다, 해드릴 수는 있는데 잘 안어울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하면) 그리고 주문하신대로 해드렸다. (왠지 프로그래머들이 하는 이야기랑 비슷하지 않나?) 심지어 내 의견대로 했는데 결과는 마음에 들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경영진 입장에서도 엔지니어링 교양이 많지 않으면 실력 좋다고 하는 사람의 말이 공감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을 것이고. 그저 적당한 가격에 내가 필요한 대로 알잘딱하게 해주는게 제일 좋을텐데 (물론 그게 기술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기는 싫어하는 비슷한 상황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다 보니 엔지니어에게도 하드 스킬(Hard skill; 주로 프로그래밍 문제 해결 능력) 보다도 소프트 스킬(Soft skill; 의사소통, 문제 조정 능력)이 강조되고, 고용하는 입장에서도 소프트 스킬이 능한 엔지니어에게 더 높은 평가를 받는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냥 이 모든게 지난주 머리 자르면서 든 생각이다. 물론 머리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1] Daniel Graziotin, Fabian Fagerholm. Happiness and the productivity of software engin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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