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2024 구글 SWE 합격 수기
수기
회고라고 적지 않고 수기라고 적은 이유는, 이 과정에서 했던 회고가 공유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점도 있고, 이 글의 목표가 스스로 회고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정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한 스푼과 자랑하고 싶은 마음 열 스푼을 담았기 때문이다. 학부 재학중 기술고시 준비할 때 법률신문에 합격생들이 합격 수기 올리는 것들, 기술사 시험에 매번 올라오는 합격 수기들이 너무 부러웠다. 그래서 내 작은 성과를 축하하는 마음으로 합격 수기를 쓴다.
지원
시작은 구글 커리어 페이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포지션, 서울 검색해서 소프트웨어 포지션을 발견한 것이 시작이었다. (링크) 포지션이 보였고, 지원을 했다. 이력서 작성은 GPT와 함께했고, Cover letter(자소서)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지원과정에서 레퍼럴을 받아서 진행이 되었지만, 실은 레퍼럴을 찾은것도 지원한 다음에 찾기 시작했다. 레퍼럴을 받고 나면 서류 검토가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
구글 합격하는 법. 구글 지원하면 됨 |
시작 - 8월 첫 주
리크루터에게 첫 메일을 받고 나면 phone interview (단어는 큰 의미 없다. 그냥 첫 인터뷰)라고 불리는 첫 스텝이 시작된다. 레퍼럴을 받으면 경우에 따라서 phone interview 를 건너뛰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해당사항은 없었다. 리쿠르터랑 phone interview 일정 조율을 받았고 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장 빠른 일정으로 조율했다. 이유는 간단했는데, 대부분의 채용은 성적순보다는 선착순인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랑도 선착순. 회사도 선착순 |
phone interview (첫 인터뷰) - 8월 셋째주
이후의 모든 인터뷰는 Google Meet에서 화상으로 진행이 된다. C++ 언어를 사용하겠다고 내가 선택했고, 인터뷰는 한국어 진행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코딩 인터뷰 문제의 경우 출제자의 의도를 이해하긴 했는데 C++ 실력이 거기까지 닿지 못해서, 문제 풀이가 삐이이이이잉 돌아갔다. 끝나고 나서 면접관이 말할 때 내가 너무 말을 중간에 많이 했나. 좀 들으면서 할 걸... 이라는 후회가 들었다.
대신 막판에 면접관이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 답은 어느 정도 했다. (말로 때웠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만족스러운 퍼포먼스는 아니었고 한 60점 정도... 그리고 이후 테스트에서 나는 C++을 잘하는게 아니다 싶어서 Python으로 도망갔다. 이 면접 종반부에 '이제 더 안 물어봐도 될것 같은데...' 라는 면접관님의 언급이 살짝 있었는데 이게 부정의 의미인지 긍정의 의미인지 긴가민가 해서 면접 마치고 나서 그 말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 오후에 phone interview를 진행했는데 다행히 당일 저녁 6시쯤에 바로 pass 이메일을 받아서 다음 인터뷰 일정 조율이 진행됐다.
면접 결과는 빠른게 최고다 |
On-site interview (두번째 인터뷰) - 9월 첫째주
보통 부르기를 On-site라고 불리지만 역시 Meet로 진행되는 화상 인터뷰다. 영어로 진행되는 코딩 인터뷰 한 시간씩 두 번, 한국어로 진행되는 한 번의 behavior interview(인성 면접; 행동 인터뷰; G&L 인터뷰) 한 시간이 진행된다. 코딩 인터뷰와 행동 인터뷰를 각각 다른날로 나눠서 볼 수도 있고 날짜도 모두 내가 희망하는 날짜에 선택이 가능하다. 지난번 코딩 인터뷰의 낮은 퍼포먼스 때문에 이번에는 조금 준비를 해야겠다 싶어서 2주 정도 텀을 요청해서 시간을 내서 준비했다. leetcode 결제를 하고 Google 태그가 붙은 문제들을 Medium/Hard 로 아침,점심,저녁으로 풀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한 문제씩 연습했다 |
코딩 인터뷰와 행동 인터뷰를 하루에 몰아서 봤다. 코딩 인터뷰 말리면 뒤에 보는 행동 인터뷰도 말릴 수 있는데, 나는 인터뷰 보는 날이 긴장되고 괴로우니 하루에 몰아버렸다. 면접에 들어갈 때는 긴장을 많이 했지만 진행이 점점 진행되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타입이라 크게 나에게는 결과를 돌이켜보면 이게 더 좋은 선택이었다.
첫 번째 코딩 인터뷰는 대차게 말았다. 시쳇말로 박았다. 문제의 난이도가 높았던 것도 아닌데 leetcode 로 따지면 easy 정도의 문제의 코딩을 완성을 못했다. 이걸로 인터뷰 떨어지면 절치부심 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쪽팔려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닐 정도로 못했다. 처음에는 무조건 만점으로 문을 부수고 들어가겠다는 자신감은 어디로 가고, 제발 조금만 더 높게 평가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할 정도였다.
이것도 똑바로 못하면 어떡하니... |
구글은 인터뷰 전에 제공되는 공식적인 자료도 있고, 리뷰도 많으니 참고할만한 자료가 참 많았고 대략 내가 인터뷰 동안 내내 생각했던 몇 가지 행동 지침은 다음과 같았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굳이 면접때 뿐만 아니라 그냥 회사 안에서 행동양식 삼기에 좋은 내용인 것 같기도 하다.
1.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리액션하기
2. 면접관의 이야기는 항상 긍정적으로 수용하기
3. 문장은 항상 주장과 근거를 포함해서 완성하기
2개의 코딩 인터뷰와 행동 인터뷰까지 총 3시간의 면접을 끝냈다. 솔직히 면접이 끝난 직후에는 첫 번째 코딩 인터뷰가 스스로 부끄러울 정도로 낮은 퍼포먼스 때문에 큰 기대 안하고 떨어지면 다음 지원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살짝 확인해야하나 고민했다. 수기를 읽는 입장에서 코딩 인터뷰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못 냈는데 합격했다는건 자기는 코딩 인터뷰를 좀 못봐도 합격했다고 자랑하는 글로 읽힐 수 있겠다. 맞다. 부정하지 않는다.
지난 인터뷰는 인터뷰가 1건이었지만 이번에는 3건의 의견을 종합해야하기에 1주일 정도 시간이 소요되었다. 리크루터의 이메일로 결과를 알려주는데, 이메일 알림이 도착하고 내용은 보지 않은채 덮어놓고 밖에서 담배 한 개비 태우고 확인했다. 이 프로세스 진행하는 동안 평소에 피우지도 않는 담배 한 갑을 사서 동안 총 두 개비 태웠다. 결과는 다행히 합격했다. 합격메일 받은 순간 신나서 사무실 뒤편을 한 바퀴 뛰면서 돌았다. 앞으로 남은 과정에서 애간장이 다 타서 녹아버릴줄도 모르고...
Team Matching (세 번째 인터뷰) - 9월 둘째주
앞의 과정이 가장 넘어오기 어려운 과정이라고는 들었지만 지원자 입장에서는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최종까지 몇 단계가 남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라 기쁨은 짧았고 다시 긴장의 시간이었다. 다만 결과 안내와 함께 인터뷰 일정 조율이 굉장히 빨랐고, 결과와 상관없이 빨리 진행되는게 좋았다. 팀 매칭 인터뷰도 이력서나 면접 과정에서 언어를 바꾸게 된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에 무난하게 진행했다. 다 마치고 나서 뭔가 좀 아쉬워서 다음에 그런 질문이 들어오면 답변을 다르게 하는게 좋지 않았을까 회고 했던 내용이 있었는데 생각만 했어서 솔직히 합격하고 나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는 hiring committee 가 먼저 진행되고 team match 인 줄 알았는데, team match 가 먼저 진행이 되었고 blind 같은 곳에 보니 2022년 이후에 나랑 비슷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아무래도 리크루터 재량이나 포지션 등 여러 경우에 따라서 개인별로 편차가 있을 수 있겠다. 다만 team match 가 진행되면서 처음에는 HC 를 지난줄 알았는데 다시 HC 를 거쳐야 한다고 해서 또 기다림의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HC 결과 안내 기다리는건 정말로 지원 사실 조차 머리속에서 잊어버리고 지냈다. 심지어는 몇 달동안 대답이 안오는 경우가 있다는 썰도 들었고, HC 에서 다시 첫 번째 코딩 인터뷰의 결과를 다시 살펴볼텐데 거기서 점수가 나빠서 평가가 오래 걸리나 같은 별 쓰잘것 없는 생각들이 들어왔었다.
HC 결과 안내 - 9월 넷째주
리크루터의 'share with you some updates?' 라는 메일로 연락 받아서 다음날 Meet으로 만났다. 결과에 대해서 보통은 next step 이야기를 위해 미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갑자기 논조가 바뀌어서 많이 놀랐다. 트위터에서도 저 상태에서 보류된 경우도 있다고 들어서 불안한 마음도 생겼다.
다행히 결과는 Congratulation. 이제 다음 과정으로 Compensation 협상을 위해서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update 두 세번 하면 심장마비 올 것 같다고 리크루터한테 하소연할 정도였으니. 지금 지나서 보면 여기까지 왔으면 합격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미 거의 두 달간 진행하면서 오퍼레터 오기 전까지는 그냥 합격한 기분이 아니었다. 오퍼레터까지 받아야 다 끝난거지... 같은 생각이 더 컸다.
Verbal Offer, Offer letter - 10월 첫째주
10월 첫째주에 협상이 완료되어서 verbal offer 설명 들었고 수락하기로 해서 offer letter를 그날 저녁에 받았다. offer letter 에 사인하고 나니 그제서야 합격의 기분이 느껴졌다. 실제로 offer letter 까지 사인하고 나서 회사에 resign 하는게 일반적이기도 하고.
그리고 지금 - Welcome to Google!
회사에서 인수인계도 해야하고, 구글의 온보딩도 틈틈히 하는 중이라 정신이 좀 없다.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어떤 메일을 받았는지 정도라도 보여주고 싶지만 그마저도 회사 보안 규칙에 위배되는게 있을까 싶어 그것도 자제하는 중이다. 입사도 확정되었고 현재 재직중인 회사의 사직서도 제출했지만 긴 프로세스 거치면서 아직 합격한게 아니라는 생각이 너무 오랫동안 들어서 이미 확정된 지금도 아직, 구글에 합류한다는 사실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아마 모자 쓰고 첫 출근해야 조금 더 실감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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